사유재산 영역, 현실적으로 폐·공가 소유자 동의 얻기 어려워

한 제보자가 보내온 무너진 폐·공가 사진. 해당 제보자는 “철거작업도 하지 않았는데 자연적으로 붕괴됐다”고 했다.

인천지역 원도심에 위치한 빈 집들을 인천시가 정비하기로 계획까지 잡아 놨지만, 막상 실행에 옮기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사유재산 영역에 해당되는 이곳들을 공공영역으로 끌어 와야 하는데, 기본적으로 이것부터가 난제이기 때문이다.

12일 인천시에 따르면 현재 시가 파악하고 있는 인천 관내 폐·공가는 전체 3,665호로, 이중 시가 정비계획을 잡은 수는 2,618호이며 이중 3등급 이하로 정비가 필요하다고 잡은 수는 1,126호다.

시는 지난 2019년 당시 “2024년까지 시비와 군·구비 등을 포함 164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인천 관내 빈집들을 정비하겠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빈집정비계획 5개년 계획(2020~2024)’을 발표한 바가 있었다.

일반적으로 ‘정비’는 의미는 시민들에게 ‘철거’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지만, 꼭 그렇지는 않다. 요즘은 ‘전면 철거식 정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많아 전국 지자체들도 전면철거의 비율을 줄이고 있다.

빈집 정비 역시 여러 가지 경우가 있다. 철거할 수도 있고, 재개발 등 도시정비사업구역에 포함돼 관리처분인가 등을 통과하면 자연적으로 정리될 수도 있다. 

또 부족한 부분을 개·보수하거나, 리모델링 같은 작업을 거쳐 공공영역으로 사용하게 할 수도 있다. 또 집 소유주가 자체적으로 철거 혹은 보수의 과정을 거칠 수도 있다. 만약 문화재적 가치가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 문화재과로 이관돼 보존 관리를 받을 수도 있다.

시가 잡은 폐·공가 전체 3,665호 중 정비에 나서겠다고 하는 수가 1,126호로 줄어드는 이유는 위의 여러 가지 경우가 이미 실행됐거나 실행 중인 경우, 혹은 정비가 시급할 정도의 불량 상태가 아닌 경우 등을 제외하기 때문이다.

이 1,126호 가운데 지금까지 시가 정비를 완료했거나 작업이 필요없어진 수는 145건에 불과하다. 이것도 시가 직접 정비를 한 경우는 물론 외부 요인(위 언급한 내용 등에 포함되는 경우)에 의해 자연적으로 정비된 수를 모두 포함한 것이어서, 실제 시가 손을 쓴 수는 더욱 줄어든다.

인천시 역시 5개년 계획의 정비대상으로 잡은 1,126호 모두를 2024년까지 정비하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고 인정한다. 

전체 1천 호가 넘는 ‘정비 필요 폐·공가’를 모두 제대로 관리하기에 시는 물론 관할 군·구의 인력이 모자라는 점도 한 몫을 하겠지만, 무엇보다 해당 폐·공가의 소유주들이 공공기관의 정비를 동의하지 않는 부분이 가장 크다.

이는 사실 대한민국이 ‘인권과 재산권 모두를 중요하게 인지하는 자본주의 국가’인 만큼 불가피하게 나타나는 부분이다. 폐·공가라고 해도 소유주는 재산권을 행사할 수 있고, 철거와 보수 등의 정비 역시 소유주가 직접 해야 한다.

실제 대한민국은 ‘빈집 및 소규모주택 정비에 관한 특례법 제10조’에 따라 시장·군수 등이 빈집 정비 사업을 시행할 때 국토교통부령에 따라 빈집 소유자의 동의를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공공에서 이를 건드릴 수 있는 경우는 집이 무너지기 직전 등 안전사고 위험이 있거나 공익적으로 유해한 요소가 생겼거나 했을 때다.

이런 경우에도 우선적으로는 관할 군·구의 판단이 있어야 하고, 만약 이 과정에서 소유주와의 갈등이 생긴다던가 하면 현실적으로 추진이 쉽지 않은 문제들이 생긴다.

따라서 이런 경우 ‘빈집정비계획’에 따라 소유자에게 먼저 철거 등 조치를 명령하고 60일 이내로 필요한 조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빈집을 직접 철거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나, 실제 조치로 이어지지 않는 경우도 생긴다.

법령 문제 혹은 재산권 침해 유발 등 예상치 못한 상황으로 시시비비를 가려야 할 가능성이 발생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최근 미추홀구 등에서는 소유주의 재산권(권리와 의무 포함) 등 사유로 시 혹은 관할 구청에서 사실을 알고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못하면서, 정비되지 못한 낡은 폐가가 그대로 무너지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소유주가 일선 지자체의 빈집 정비를 반기지 않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가장 높은 확률은 빈집이 철거될 경우 해당 부지가 비사업용 토지로 바뀌면서 양도소득세 등을 추가로 과세토록 돼 있다는 점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비사업용 토지에 대해 투기 목적을 취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현행법에 따라 추가 과세 의무가 생기기 때문이다. 

물론 시나 군·구에서는 소유주들의 동의를 얻기 어려운 것이 이러한 이유 때문이라고는 밝히지 않는 분위기다. 공연히 소유주의 심기를 건드릴 필요가 없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인천시 등 일선 지자체의 도시정비 관련 부서 관계자들은 소유주가 동의하지 않는 부분에 대해 “처음부터 동의를 하지 않거나, 애초 동의했다가 변심하는 경우가 가장 많다”고만 말하고 있다.

때문에 지난 2018년 인천연구원이 보고한 ‘인천시 빈집정비계획 수립 방향 연구 보고서’에는 빈집 철거의 필요성이 생기는 경우 한시적으로 과세 부담 일부를 줄여줄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제안되기도 했지만, 여론 등 여러 이유로 실제 행정에 반영되지는 않은 상태다.

시 관계자는 “계획은 5년마다 한 번씩 잡고 있지만 빈집 실태조사는 거의 매년 진행이 되고 있는데, 소유자들이 정비 등에 대해 재산권을 이유로 쉽게 동의해 주지 않는 상황”이라며 “현실적으로는 정비 작업 자체를 중단 없이 지속하고 있다는 것에 일단 의미를 두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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